[TL;DR]
- 토큰은 가치 발생 원천에 따라 7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며, 네트워크 토큰은 블록체인 프로토콜 자체에서, 증권형 토큰은 전통 금융 증권에서, 아케이드 토큰은 특정 시스템 내 유틸리티에서 가치를 얻는다.
- WaaS는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 키 관리, 멀티체인 지원, 가스비 처리 등 블록체인 인프라의 기술적 복잡성을 추상화하여 기업이 토큰 발행부터 배포, 관리까지 전 과정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한다.
-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팬 토큰, 게임의 NFT 아이템, 기업의 로열티 프로그램 등 실제 사례에서 WaaS는 사용자가 블록체인을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디지털 소유권과 투명성의 혜택을 누리게 만드는 핵심 인프라로 작동한다.
1. 토큰의 7가지 유형
블록체인 기반 토큰 모델이 다양해지면서 토큰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작업이 중요해졌습니다. a16z 크립토 "Defining tokens”라는 글을 통해 토큰을 7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했습니다. 이 분류는 토큰의 가치 발생 원천을 기준으로 네트워크 토큰, 증권형 토큰, 기업지원 토큰, 아케이드 토큰, 수집형 토큰, 자산담보 토큰, 밈코인으로 나눕니다.
토큰은 블록체인 원장에 저장되는 데이터로, 수량이나 권한 같은 정보를 담습니다. 블록체인에 설정된 규칙에 따라서만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강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수단이 됩니다. 소프트웨어로 구현되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을 통해 거의 모든 형태의 디지털 자산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처럼 자산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일 수도 있고, 이더리움처럼 네트워크를 작동시키는 연료가 될 수도 있으며, 게임 아이템이나 USDC 같은 결제 수단, 심지어 회사 주식을 디지털로 옮긴 형태까지 가능합니다.
토큰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자산 보관 수단으로 적합한지, 실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생산 자산인지, 아니면 본질적으로 무가치한 것인지가 갈립니다. 투표권이나 수익 배분 같은 권리를 주는 토큰이 있는가 하면, 그냥 서비스 이용권 정도로만 기능하는 토큰도 있습니다.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토큰과 제한적인 토큰, 화폐처럼 모든 단위가 똑같은 대체 가능 토큰과 각각이 고유한 대체 불가능 토큰으로도 나뉩니다.
이런 설계 선택은 법적 규제를 받는 방식까지 좌우합니다. 밈코인을 네트워크 토큰으로 착각하거나, 아케이드 토큰을 증권형 토큰과 혼동하면 규제 문제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토큰을 만들거나 투자하거나 사용할 때 각 유형이 어떤 성격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1.1 네트워크와 연결된 토큰들
네트워크 토큰은 블록체인이나 스마트 컨트랙트 프로토콜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와 결합되어 있고, 바로 거기서 가치가 나옵니다. 네트워크를 유지하거나 합의를 만들거나 프로토콜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참여자에게 보상을 주는 데 씁니다. 도지, 비트코인의 BTC, 이더리움의 ETH, 솔라나의 SOL, 유니스왑의 UNI가 여기 속합니다. 유니스왑이나 에이브 같은 프로토콜에서는 프로토콜 토큰이나 앱 토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네트워크 토큰이 붙어있는 프로토콜에는 토큰 가치에 영향을 주는 경제 시스템이 있습니다. 자동으로 토큰을 사들이거나, 보유자에게 수익을 나눠주거나, 토큰을 새로 찍어내거나 태워서 공급량을 조절하는 식입니다. 이런 장치들이 네트워크가 계속 돌아갈 수 있도록 토큰 가치를 적절히 관리합니다. 미국 SEC의 2019년 지침과 FIT21 법안은 네트워크가 충분히 탈중앙화되면 이런 토큰을 증권 규제에서 빼줄 수 있다고 봤습니다.
탈중앙화라는 건 특정 사람이나 회사, 경영진이 없어도 시스템이 혼자 굴러간다는 뜻입니다. 네트워크 토큰은 새 네트워크를 처음 시작할 때 참여자를 모으거나, 네트워크 통제권을 사용자들에게 나눠주거나, 네트워크가 스스로 운영비를 마련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유용합니다. 바이낸스 코인(BNB)은 원래 기업이 관리하는 토큰으로 시작했다가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이 나오면서 네트워크 토큰으로 바뀐 경우입니다.
증권형 토큰은 기존 금융 증권을 블록체인으로 옮긴 것입니다. 회사 주식이나 회사채 같은 전통적인 것들뿐 아니라, 유한회사 이익 배분권, 프로 선수의 미래 수입에 대한 지분, 법정 합의금 받을 권리 같은 특이한 형태도 포함됩니다. 증권은 보유자에게 명확한 권리와 이익을 주고, 발행자가 자산의 리스크 구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더퓨즈 스테이블본드나 세인트 레지스 아스펜 리조트의 조각 소유권을 나타내는 아스펜 코인이 증권형 토큰에 해당합니다.
1.2 기업과 유틸리티 중심 토큰들
기업지원 토큰은 어떤 회사나 중앙화된 조직이 운영하는 오프체인 서비스와 붙어있고 거기서 가치를 끌어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쓰긴 하지만 네트워크 자체가 아니라 오프체인 비즈니스와 연결되어 있어서, 회사가 토큰 발행과 가치를 좌지우지합니다. 투기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아케이드 토큰과 다르고, 명확한 소유권은 안 주지만 증권과 비슷한 신뢰 구조를 갖습니다. 결국 누군가가 통제하는 시스템에 가치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지원 토큰은 제대로 된 카테고리로 자리잡을 여지가 있지만, 실제로는 증권 규제를 피하려는 수단으로 쓰여온 면이 있습니다. FTX 거래소의 수익과 연결되어 있던 FTT가 대표적인 문제 사례입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가 토큰을 발행해서 서비스 이용권과 함께 플랫폼 수익 일부를 주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투자를 받으면서도 증권 규제는 피하려는 시도가 이 카테고리에 많습니다.
아케이드 토큰은 특정 시스템 안에서만 쓸모가 있고 투자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토큰입니다. 디지털 세계 안에서 화폐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고, 게임 속 골드, 멤버십 포인트, 디지털 서비스 이용권 같은 것들이 여기 들어갑니다. 블랙버드 레스토랑 네트워크에서 쓰는 로열티 토큰 FLY가 대표적입니다. 포켓풀 오브 쿼터스는 게임 안에서 쓰는 자산으로 2019년 SEC한테 특별히 문제없다는 걸 인정받았습니다.
아케이드 토큰은 애초에 투기를 막도록 만들어집니다. 발행량에 한도가 없거나 거래가 제한적이고, 안 쓰면 없어지거나 가치가 떨어지며, 만들어진 시스템 안에서만 의미가 있습니다. 금융 수익을 주거나 그런 기대를 심어주지 않기 때문에 투자 상품으로 안 맞고, 미국 증권법 적용도 보통 안 받습니다. 발행하는 쪽은 디지털 경제의 중앙은행처럼 통화 정책을 관리하면서, 토큰 가격이 오르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서 이익을 봅니다.
1.3 소유권과 자산을 나타내는 토큰들
수집형 토큰은 실물이든 디지털이든 어떤 재화를 소유하고 있다는 기록 자체에서 가치와 의미를 얻습니다. 예술품, 음악, 글의 디지털 버전이거나, 콘서트 티켓 같은 수집품, 커뮤니티 멤버십, 게임 아이템이나 메타버스 땅 같은 가상 자산이 해당됩니다. 보통 대체 불가능하고 실제 쓰임새를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벤트 입장권이 되거나, 게임에서 쓰거나, 지적재산권 소유를 증명하는 식입니다.
수집형 토큰은 이미 완성된 작품이나 제품과 관련되어 있고 누군가의 추가 노력에 의존하지 않아서, 미국 증권법 적용에서 빠집니다. 디지털 아트 소유권을 나타내는 NFT, 크립토펑크나 보어드 에이프 같은 프로필 사진, 게임 아이템, ENS 도메인 같은 온체인 ID가 대표적입니다. 퍼지 펭귄 장난감처럼 실물 상품의 디지털 버전을 제공하거나, 박서스의 술 보관 NFT처럼 실물을 더 쉽게 추적하고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산담보 토큰은 어떤 기초 자산에 대한 권리나 가격 연동에서 가치를 가져옵니다. 기초 자산에는 원자재, 법정화폐, 주식 같은 실물 자산과 암호화폐, 유동성 풀 지분 같은 디지털 자산이 포함됩니다.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담보가 있고, 자산 보관용, 헤징용, 온체인 금융 도구 같은 여러 목적으로 쓰입니다. 고유한 물건의 소유권에서 가치가 나오는 수집형 토큰과 달리, 담보나 가격 연동 방식, 교환 권리 같은 금융 구조에서 가치가 나옵니다.
자산담보 토큰의 규제는 구조와 용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법정화폐로 뒷받침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증권 규제를 안 받지만, 어떤 파생상품 토큰은 증권이나 상품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통화에 가격을 맞춘 스테이블코인, 기초 자산 가격 변동을 따라가는 파생상품, DeFi 프로토콜의 유동성 공급자 토큰, 스테이킹한 자산을 증명하는 예치증 토큰 등이 여기 속합니다. USDC, 컴파운드의 C-토큰, 리도의 stETH, 오핀의 스퀴스가 이런 토큰들입니다.
밈코인은 실제 쓰임새나 가치 없이 인터넷 밈이나 커뮤니티 분위기와 연결된 토큰입니다. 네트워크나 회사, 앱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가격은 그냥 투기와 시장 심리에 따라 움직입니다. 존재 이유가 없고 기능도 없고 누군가 이득 보면 누군가는 손해 보는 제로섬이라는 게 핵심입니다. 미국 증권법은 안 받지만 사기 방지법이나 시장 조작 방지법은 적용됩니다. 페페, 시바, 트럼프 같은 게 밈코인입니다.
1.4 토큰 분류의 유동성
모든 토큰이 7가지 중 딱 하나에만 들어맞는 건 아닙니다. 소셜 토큰이나 평판 토큰은 투자 대상이 아니면 아케이드 토큰처럼 움직이지만, 중앙화된 주체가 관리하면 기업지원 토큰 성격을 띱니다. 토큰 특성이 바뀌거나 기능이 추가되면서 한 카테고리에서 다른 카테고리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BNB가 기업지원 토큰에서 네트워크 토큰으로 바뀐 게 그런 경우입니다.
이 분류법은 명확한 경계선을 긋기보다는, 토큰을 이해하는 틀을 제공합니다. 각 카테고리를 가르는 핵심은 가치가 어디서 나오느냐입니다. 토큰이 블록체인 네트워크 자체에서 가치를 얻는지, 오프체인 서비스에서 얻는지, 단순히 물건 소유를 증명하는지, 다른 자산의 권리를 나타내는지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토큰을 만들거나 투자할 때 이런 구분이 중요합니다. 똑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써도 가치가 어디서 나오느냐에 따라 규제 취급이 완전히 다르고, 투자 리스크와 수익 구조도 다릅니다. 네트워크 토큰과 기업지원 토큰을 헷갈리거나, 아케이드 토큰을 투기 대상으로 보면 예상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토큰 이코노미를 설계하거나 분석할 때 기준점이 됩니다. 어떤 토큰이 비즈니스 모델에 맞는지, 어떤 규제 리스크가 있는지, 사용자에게 무슨 가치를 줄 수 있는지 판단하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2. 토큰 발행과 관리의 과제
토큰의 유형을 이해했다면 이제 실제로 토큰을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현실적 문제들을 봐야 합니다. 토큰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위에 구현되기 때문에 기술적 복잡성이 따라오고, 사용자들이 실제로 쓸 수 있게 만드는 과정에서 경험 설계의 난관에 부딪히며, 운영하면서는 보안과 규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합니다.
2.1 스마트 컨트랙트와 기술적 복잡성
토큰을 발행하려면 먼저 스마트 컨트랙트를 작성해야 합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블록체인 위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으로, 토큰의 발행량, 전송 규칙, 소각 메커니즘 같은 것들을 코드로 정의합니다. 이더리움의 ERC-20 같은 표준이 있어서 기본 틀은 제공되지만, 실제 비즈니스 로직을 구현하려면 상당한 개발 역량이 필요합니다. 게임 회사가 아이템 토큰을 만든다면 게임 내 경제 시스템과 연동되는 복잡한 로직을 구현해야 하고,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팬 토큰을 만든다면 멤버십 등급별로 다른 혜택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시스템을 짜야 합니다.
문제는 한 번 배포된 스마트 컨트랙트는 원칙적으로 수정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코드에 버그가 있거나 비즈니스 요구사항이 바뀌어도 쉽게 고칠 수 없습니다. 물론 업그레이드 가능한 컨트랙트 패턴이 있긴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복잡성과 보안 리스크를 낳습니다. 2016년 DAO 해킹 사건은 스마트 컨트랙트의 취약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당시 약 6천만 달러 상당의 이더가 해킹으로 유출되었고,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결국 하드포크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해야 했습니다.
멀티체인 환경은 복잡성을 더욱 키웁니다. 이더리움, 솔라나, 폴리곤, 아비트럼 같은 여러 블록체인이 각자 다른 특성과 생태계를 갖고 있고, 사용자들이 어떤 체인을 선호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한 체인에만 토큰을 발행하면 다른 체인 사용자들을 놓치게 되고, 여러 체인에 발행하면 각 체인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따로 개발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체인 간 토큰을 옮기는 브리지는 또 다른 기술적 도전이자 보안 취약점입니다. 실제로 2022년 한 해에만 브리지 해킹으로 2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이 탈취되었습니다.
개발 이후에는 보안 감사가 필수입니다. 전문 감사 기관이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를 검토해서 알려진 취약점이나 잠재적 문제를 찾아냅니다. 그런데 감사 비용은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들 수 있고, 감사를 받았다고 해서 100% 안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감사 기관이 놓친 취약점이나, 감사 이후 추가된 코드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감사를 받지 않으면 사용자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고, 만약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 문제까지 복잡해집니다.
2.2 토큰 이코노미 설계의 딜레마
기술적 구현 못지않게 중요한 게 토큰 이코노미 설계입니다. 토큰의 총공급량, 초기 배분 방식, 시간에 따른 발행 일정, 소각 메커니즘 같은 요소들이 토큰 가치와 생태계 지속가능성을 결정합니다. 공급량이 너무 많으면 가치 희석으로 이어지고, 너무 적으면 유동성이 부족해집니다. 초기 투자자나 팀에게 너무 많이 배분하면 커뮤니티가 반발하고, 너무 적게 주면 프로젝트를 지속할 동력이 약해집니다.
게임 토큰의 경우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하면서 토큰을 벌고 쓰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2021년 엑시 인피니티는 플레이투언 모델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새로운 플레이어 유입이 줄어들면서 토큰 가치가 급락했습니다. 신규 플레이어가 들어와서 토큰을 사야 기존 플레이어가 번 토큰을 팔 수 있는 구조였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았습니다. 토큰 발행량은 계속 늘어나는데 실제 수요는 따라가지 못한 결과입니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압력을 어떻게 조절하느냐도 핵심입니다. 네트워크 토큰의 경우 채굴자나 검증자에게 보상으로 새 토큰을 발행하면서 동시에 거래 수수료를 소각해서 균형을 맞춥니다. 이더리움은 2021년 EIP-1559 업데이트로 거래 수수료 일부를 소각하는 메커니즘을 도입했고, 네트워크 활동이 많을 때는 실제로 디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런 균형을 찾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커뮤니티 논의가 필요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팬 토큰은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팬들이 토큰을 사서 특별한 경험이나 혜택을 얻는 구조인데, 토큰 가격이 투기로 치솟으면 정작 팬들은 접근하기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팬들이 손해를 보고 브랜드 이미지도 타격을 입습니다. 토큰을 투자 상품이 아닌 유틸리티로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가치를 보장하는 균형점을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2.3 사용자 경험의 장벽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경제 설계가 훌륭해도, 사용자들이 실제로 쓸 수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용자 경험입니다. 일반 사용자가 토큰을 받고 쓰려면 먼저 암호화폐 지갑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부터 진입장벽입니다. 개인키나 시드 문구 같은 개념을 이해해야 하고, 한 번 잃어버리면 복구할 수 없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2022년 한 조사에 따르면 암호화폐 보유자의 약 20%가 개인키 분실로 자산에 접근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가스비 문제는 더욱 직접적입니다. 이더리움에서 토큰을 전송하거나 스마트 컨트랙트를 실행하려면 가스비를 내야 하는데, 네트워크가 혼잡할 때는 수십 달러까지 올라갑니다. 게임 아이템 NFT 하나를 전송하는데 아이템 가치보다 가스비가 더 들 수도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인터넷 서비스를 쓰는데 매번 거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솔라나 같은 저렴한 블록체인으로 옮기거나, 레이어2 솔루션을 쓰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또 다른 기술적 복잡성을 낳습니다.
멀티체인 환경에서 사용자는 어떤 네트워크에 있는지 계속 신경 써야 합니다. 이더리움 메인넷에 있는 토큰을 폴리곤으로 옮기려면 브리지를 사용해야 하고, 각 네트워크마다 다른 가스비 토큰을 보유해야 합니다. 실수로 잘못된 네트워크에 토큰을 보내면 영구적으로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웹2 서비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블록체인에서는 현실입니다.
온보딩 과정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K-pop 팬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팬 토큰을 받으려고 하는데,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입하고 신원 인증을 하고 암호화폐를 사서 지갑으로 옮기고 토큰을 구매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대부분 포기합니다. 기존 웹 서비스처럼 이메일이나 소셜 로그인으로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보안과 탈중앙화를 유지하면서 이런 편의성을 제공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습니다.
2.4 운영과 규제 리스크
토큰을 발행한 이후의 운영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토큰 배포를 자동화하려면 별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에어드랍이나 리워드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스마트 컨트랙트와 백엔드 시스템을 연동해야 합니다. 사용자 문의에 대응하려면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하는 고객 지원팀이 필요하고, 온체인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도구도 갖춰야 합니다. 일반 기업 입장에서는 블록체인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것부터 큰 부담입니다.
보안은 운영 전반에 걸쳐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토큰 발행 권한을 가진 지갑이 해킹당하면 무제한으로 토큰이 발행될 수 있고, 스마트 컨트랙트에 취약점이 있으면 토큰이 탈취될 수 있습니다. 멀티시그 지갑이나 하드웨어 보안 모듈 같은 보안 장치를 도입해도, 결국 사람이 관리하는 한 피싱이나 소셜 엔지니어링 공격에 취약합니다. 2023년 한 NFT 프로젝트는 디스코드 계정 해킹으로 가짜 민팅 링크가 공유되어 사용자들이 수십만 달러 피해를 입었습니다.
규제 환경은 토큰 유형에 따라 완전히 다릅니다. 증권형 토큰은 명확히 증권 규제를 받고, 네트워크 토큰은 탈중앙화 정도에 따라 규제가 달라지며, 기업지원 토큰은 회색지대에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가상자산 사업자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신고 의무가 있고,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확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국제적으로 활동한다면 각국의 규제를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 SEC는 많은 토큰을 증권으로 보고 규제하려 하고, 유럽은 MiCA 규제로 포괄적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있으며, 중국은 아예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했습니다. 어느 나라 사용자를 대상으로 할지, 어떤 규제를 준수할지, 법률 자문은 어떻게 받을지 모두 비용과 시간이 드는 문제입니다. 규제를 잘못 이해하거나 무시하면 사업 자체가 중단될 수 있고,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3. WaaS: 토큰 인프라 솔루션
토큰 발행과 운영의 복잡성은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데 큰 걸림돌입니다.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부터 보안, 사용자 경험, 규제 대응까지 모든 것을 직접 처리하려면 전문 인력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합니다. **WaaS(Wallet-as-a-Service)**는 이런 기술적 복잡성을 추상화하고, 기업이 블록체인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도 토큰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만드는 솔루션입니다.
3.1 WaaS의 정의와 핵심 역할
전통적인 암호화폐 지갑은 사용자가 직접 개인키를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메타마스크나 팬텀 같은 지갑을 설치하고, 시드 문구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매번 거래에 서명하는 과정을 사용자가 책임집니다. 이는 탈중앙화와 자기주권이라는 블록체인 철학에는 부합하지만, 일반 사용자에게는 너무 어렵고 위험합니다. 개인키를 잃어버리면 자산을 영구적으로 잃고, 피싱 사이트에 실수로 서명하면 자산이 탈취됩니다.
WaaS는 이런 복잡성을 서비스 제공자가 대신 처리합니다. 사용자는 이메일이나 소셜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개인키 관리는 WaaS 제공자가 안전하게 처리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갑 인프라를 직접 구축할 필요 없이 API를 통해 토큰 발행, 전송, 관리 기능을 자사 서비스에 통합할 수 있습니다. 게임 회사가 게임 내 아이템을 NFT로 만들고 싶다면, WaaS API를 연동해서 플레이어들이 블록체인을 의식하지 않고도 아이템을 받고 거래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WaaS의 핵심 가치는 추상화입니다. 블록체인의 복잡한 기술적 세부사항을 숨기고, 기업이 비즈니스 로직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합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팬 토큰을 발행하려 할 때, 어떤 블록체인을 쓸지, 스마트 컨트랙트를 어떻게 짤지, 보안 감사를 어디서 받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WaaS 제공자가 이미 검증된 인프라를 제공하고, 기업은 토큰 이코노미 설계와 사용자 경험에만 신경 쓰면 됩니다.
토큰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지원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토큰 발행만 도와주는 게 아니라, 사용자 지갑 생성, 토큰 배포, 전송 관리, 거래 모니터링, 분석까지 전 과정을 커버합니다. 에어드랍 캠페인을 진행한다면 대량의 토큰을 수천 명의 지갑에 자동으로 전송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리워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조건에 맞는 사용자에게 자동으로 토큰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3.2 WaaS의 기술 구조
WaaS의 보안은 키 관리 시스템에서 시작됩니다. 전통적 방식은 하나의 개인키로 지갑을 통제하는데, 이 키가 노출되면 모든 게 끝입니다. WaaS는 MPC(Multi-Party Computation) 기술을 사용해서 개인키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고, 각 조각은 다른 서버나 하드웨어 보안 모듈에 저장합니다. 거래에 서명하려면 여러 조각이 협력해서 암호학적 계산을 수행하는데, 전체 개인키는 어느 시점에도 한 곳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두 조각이 탈취되어도 자산은 안전합니다.
파이어블록스 같은 엔터프라이즈급 WaaS는 MPC를 기반으로 기관 수준의 보안을 제공합니다. 은행이나 대형 거래소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관리할 때 쓰는 기술입니다. 각 거래는 여러 당사자의 승인을 거쳐야 하고, 모든 과정이 암호화되고 감사됩니다. 정책 엔진을 통해 거래 한도나 허용 주소 같은 규칙을 설정할 수 있고, 의심스러운 거래는 자동으로 차단됩니다.
어카운트 추상화(Account Abstraction)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핵심 기술입니다. 이더리움의 ERC-4337 표준을 통해 구현되는데, 사용자 지갑을 단순한 계정이 아니라 프로그래밍 가능한 스마트 컨트랙트로 만듭니다. 이를 통해 가스비를 다른 토큰이나 법정화폐로 낼 수 있고, 심지어 서비스 제공자가 대신 낼 수도 있습니다. 거래를 묶어서 한 번에 처리하거나, 소셜 복구 같은 기능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개인키를 잃어버려도 미리 지정한 신뢰할 수 있는 연락처들의 승인으로 계정을 복구할 수 있습니다.
다이나믹, 매직, 프리비 같은 사용자 친화적 WaaS는 어카운트 추상화를 적극 활용합니다. 사용자는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앱 내에서 토큰을 받고 쓰는데, 뒤에서는 블록체인 거래가 일어나지만 전혀 의식하지 못합니다. 가스비도 앱 운영자가 대신 내고, 거래 확인 대기 시간도 낙관적 업데이트로 숨깁니다. 웹2 서비스와 거의 구분이 안 될 정도의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실제로는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소유권 보장을 누립니다.
멀티체인 지원은 현대 WaaS의 필수 요소입니다. 이더리움, 폴리곤, 솔라나, 아비트럼 등 여러 블록체인을 하나의 API로 다룰 수 있게 해줍니다. 기업이 처음에 폴리곤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솔라나도 지원하고 싶을 때,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습니다. WaaS API 호출에서 체인 파라미터만 바꾸면 됩니다. 크로스체인 브리지 기능도 통합되어 있어서, 사용자가 한 체인의 토큰을 다른 체인으로 옮기는 것도 간단합니다.
3.3 토큰 라이프 사이클과 WaaS
토큰 발행은 WaaS가 처리하는 첫 단계입니다. 기업이 토큰 이코노미를 설계하고 나면, WaaS 대시보드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스마트 컨트랙트를 배포할 수 있습니다. 토큰 이름, 심볼, 총공급량, 소수점 자릿수 같은 기본 파라미터를 설정하고, ERC-20인지 ERC-721인지 표준을 선택하고, 어떤 블록체인에 배포할지 고릅니다. WaaS는 보안 감사를 거친 검증된 컨트랙트 템플릿을 제공하고, 가스비 최적화도 자동으로 처리합니다.
토큰 배포는 발행 이후 실제로 사용자들에게 토큰을 전달하는 과정입니다. 초기 투자자에게 약속한 물량을 베스팅 스케줄에 맞춰 자동으로 지급하거나, 커뮤니티 에어드랍으로 수만 명에게 동시에 토큰을 전송할 수 있습니다. WaaS API를 통해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사용자를 필터링하고, 배치 전송으로 가스비를 절약하며, 실패한 전송은 자동으로 재시도합니다. 게임에서 특정 업적을 달성한 플레이어에게 리워드 토큰을 주는 것도 게임 서버와 WaaS API를 연동해서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전송과 거래 관리도 WaaS가 담당합니다. 사용자가 앱 내에서 토큰을 다른 사용자에게 보내면, WaaS는 트랜잭션을 생성하고 서명하고 블록체인에 제출합니다. 가스비가 치솟을 때는 자동으로 대기했다가 저렴할 때 처리하거나, 긴급한 거래는 높은 가스비를 내고 빨리 처리하는 로직도 구현할 수 있습니다. 거래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적해서 사용자에게 알림을 주고, 실패한 거래는 이유를 분석해서 재시도하거나 사용자에게 설명합니다.
토큰 소각은 공급량을 조절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입니다. 게임 내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할 때 토큰을 소각하거나,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를 소각하거나, 네트워크 수수료로 받은 토큰을 소각해서 디플레이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WaaS는 소각 로직을 스마트 컨트랙트에 구현하고, API를 통해 언제든 실행할 수 있게 합니다. 소각된 토큰은 블록체인에 영구적으로 기록되어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습니다.
모니터링과 분석은 토큰 이코노미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필수입니다. WaaS 대시보드는 실시간으로 토큰 보유자 분포, 거래량, 유동성 풀 상태, 온체인 활동을 보여줍니다. 고래 지갑의 움직임을 추적하거나, 특정 스마트 컨트랙트와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거나, 의심스러운 패턴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토큰 이코노미를 조정하거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거나, 잠재적 보안 위협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3.4 토큰 유형별 WaaS 활용
아케이드 토큰은 WaaS를 통해 가장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유형입니다. 게임 내 골드나 로열티 포인트를 블록체인으로 옮기면 투명성과 양도 가능성을 얻지만, 투기를 막아야 합니다. WaaS를 통해 토큰 전송에 제한을 걸거나, 일정 기간 후 자동 소각되게 설정하거나, 특정 조건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여전히 앱 내에서 포인트를 쓰는 것처럼 느끼지만, 뒤에서는 블록체인 거래가 일어나고 모든 것이 검증 가능하게 기록됩니다.
레스토랑 네트워크가 로열티 토큰을 운영한다면, 손님이 식사할 때마다 WaaS API를 통해 자동으로 토큰을 지급하고, 토큰으로 할인이나 특별 메뉴를 주문할 때도 API로 처리합니다. 손님은 기존 앱과 똑같이 쓰지만, 로열티 포인트가 블록체인에 있어서 다른 레스토랑 네트워크와 제휴하거나, 제3자 서비스와 통합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블록체인의 상호운용성 덕분에 닫힌 생태계를 열린 생태계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수집형 토큰은 NFT로 구현되는데, WaaS는 NFT 발행부터 거래 마켓플레이스 연동까지 처리합니다. 음악 아티스트가 앨범 커버를 NFT로 만들어 팬들에게 판다면, WaaS를 통해 이미지를 IPFS 같은 분산 스토리지에 올리고, 메타데이터를 포함한 NFT를 민팅하고, 팬들의 지갑으로 전송합니다. 팬들은 오픈씨 같은 마켓플레이스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고, 아티스트는 2차 거래에서 로열티를 자동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게임 아이템을 NFT로 만들면 플레이어 간 거래가 투명해지고, 게임 밖에서도 아이템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하더라도 아이템 NFT는 블록체인에 남아있어서, 다른 게임이나 플랫폼에서 활용할 가능성이 열립니다. WaaS는 게임 서버와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서, 개발자가 블록체인 전문 지식 없이도 NFT 기능을 게임에 통합할 수 있게 합니다.
자산담보 토큰은 더 복잡한 금융 로직을 필요로 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면 법정화폐 예치 계좌와 블록체인을 연동해야 하고, 1:1 페깅을 유지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구현해야 합니다. WaaS는 오라클 서비스와 통합해서 실시간 가격 정보를 가져오고, 담보 비율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때 자동으로 토큰을 발행하거나 소각합니다. 규제 준수를 위한 KYC/AML 시스템도 WaaS 플랫폼에 통합되어 있어서, 금융 규제를 받는 서비스도 구축할 수 있습니다.
4. 실무 활용과 사례
WaaS의 이론적 기능을 이해했다면 이제 실제 산업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봐야 합니다. 엔터테인먼트, 게임, 기업 서비스 등 각 산업은 서로 다른 요구사항을 갖고 있고, WaaS 제공자들도 각자의 강점과 특화 영역을 갖고 있습니다. 실무 사례를 통해 WaaS가 실제 비즈니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4.1 엔터테인먼트 산업 활용
K-pop 산업에서 WaaS 활용은 팬 경험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한 중견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WaaS를 활용해 팬 멤버십을 NFT로 전환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팬들이 블록체인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팬들은 카카오톡으로 로그인해서 멤버십을 구매하고, 이 멤버십으로 팬미팅 응모, 굿즈 선구매, 온라인 팬 사인회 참여 같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앱 내에서 결제하고 멤버십 카드를 받는 것처럼 느꼈지만, 뒤에서는 WaaS가 클레이튼 블록체인에 NFT를 발행하고 팬의 지갑으로 전송했습니다.
이 구조가 강력한 이유는 투명성과 2차 거래 가능성이 동시에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가스비는 회사가 대신 냈고, 거래 확인 시간도 UI에서 숨겨서 즉각적인 경험을 제공했지만, 팬들은 원하면 NFT를 다른 팬에게 양도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거래가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기록되어 암표 거래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었고, 회사는 2차 거래에서 로열티를 자동으로 받아 추가 수익원을 확보했습니다. 팬들 입장에서는 멤버십이 단순한 이용권이 아니라 실제로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는 자산이 된 셈입니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확장하면 더욱 혁신적인 모델이 가능합니다. 아티스트가 신곡을 NFT로 발행하면 팬들이 구매해서 소유하고, 스트리밍 수익의 일부를 NFT 보유자에게 자동으로 분배하는 구조를 WaaS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에 수익 분배 로직이 코딩되어 있어서, 스트리밍 횟수가 집계될 때마다 WaaS API를 통해 자동으로 로열티가 지급됩니다. 아티스트는 선금을 받아 제작비를 마련하고, 팬들은 좋아하는 음악의 성공에 직접 참여하며 수익도 나누고, 플랫폼은 팬과 아티스트를 더 깊이 연결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4.2 게임 산업 활용
게임 산업은 WaaS가 만드는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한 모바일 RPG는 WaaS를 통해 희귀 무기와 방어구를 NFT로 발행했는데, 게임 경험 자체는 전통적인 게임과 동일했습니다. 플레이어가 던전을 클리어하면 게임 서버가 WaaS API를 호출해서 자동으로 NFT를 민팅하고 플레이어 지갑으로 전송하는데, 플레이어는 게임 내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보듯이 NFT를 봅니다.
차이는 이 아이템이 게임 회사의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블록체인에 존재한다는 점이고, 플레이어는 원하면 게임 내 마켓이나 외부 NFT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구조가 게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큽니다. 전통적 게임에서는 회사가 아이템 가치를 완전히 통제하고, 게임이 서비스 종료되면 플레이어가 투자한 시간과 돈이 모두 사라집니다. 하지만 아이템이 NFT로 존재하면 게임 밖에서도 가치를 갖고, 게임이 종료되더라도 아이템은 블록체인에 남아서 다른 게임이나 플랫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열립니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진정한 소유권을 주고, 게임 회사는 2차 거래 수수료로 지속적 수익을 얻습니다.
P2E(Play-to-Earn) 게임은 WaaS 없이는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수천만 명의 플레이어가 매일 수백만 건의 토큰 거래를 만드는 환경에서, 각 플레이어가 직접 지갑을 관리하고 가스비를 내게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한 P2E 게임은 프리비를 통해 플레이어당 임베디드 지갑을 생성하고, 게임 내 모든 보상을 자동으로 블록체인에 기록했습니다. 플레이어는 블록체인을 전혀 모르고도 게임을 하고, 앱 내 마켓에서 아이템을 사고팔고, 원할 때 토큰을 출금할 수 있었습니다. 가스비는 게임 회사가 일괄 처리해서 최적화했고, 레이어2 솔루션을 사용해 비용을 낮췄습니다.
토큰 이코노미 관리는 게임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입니다. 게임 내 재화가 무한정 발행되면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떨어지고 경제가 붕괴하기 때문에, WaaS 대시보드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필수입니다. 개발팀은 토큰 발행량과 소각량을 추적하면서 아이템 강화 시 토큰을 소각하거나, 입장료로 받은 토큰을 소각해서 공급을 조절합니다. 문제가 발견되면 발행률이나 소각률을 즉시 조정해서 균형을 맞추는데, 이런 유연성이 게임을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크로스게임 아이템은 WaaS의 멀티체인 지원이 만드는 새로운 가능성입니다. 여러 게임 회사가 협력해서 공통 아이템 표준을 만들고, WaaS를 통해 각자의 게임에 통합하면, 플레이어는 A 게임에서 얻은 검을 B 게임에서도 쓸 수 있습니다. 게임사들은 서로의 플레이어 베이스를 공유하면서 새로운 사용자를 유입하고, 플레이어들은 투자한 시간과 자산이 하나의 게임에 갇히지 않고 여러 게임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얻습니다. 이는 게임 산업의 패러다임을 폐쇄적 생태계에서 개방적 메타버스로 전환하는 실험입니다.
4.3 기업 및 브랜드 활용
전통적 기업들이 WaaS를 통해 블록체인에 진입하는 방식은 엔터테인먼트나 게임과 다릅니다. 한 항공사는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토큰화하면서, 수십 년간 쌓인 레거시 시스템과 블록체인을 연결해야 하는 과제를 마주했습니다. WaaS는 기존 마일리지 데이터베이스와 API로 연동되어, 고객이 비행할 때마다 자동으로 토큰이 지갑에 적립되게 만들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여전히 항공사 앱에서 마일리지를 확인하고 사용하지만, 뒤에서는 토큰이 블록체인에 기록되면서 투명성과 상호운용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블록체인의 투명성은 고객과 기업 간 신뢰를 바꿉니다. 전통적 마일리지 시스템에서는 항공사가 임의로 마일리지를 소멸시키거나 가치를 변경할 수 있었지만, 스마트 컨트랙트에 규칙이 코딩되면 이런 일방적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만료 조건이나 적립률이 명확하고 검증 가능하며, 모든 거래가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감사가 가능합니다. 제휴사를 추가할 때도 WaaS API만 연동하면 되어서, 호텔이나 렌터카 업체가 같은 토큰을 받고 쓸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 훨씬 간단해집니다.
명품 브랜드의 정품 인증은 WaaS가 해결하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한 명품 시계 브랜드는 출고되는 모든 시계에 NFT 인증서를 발행했는데, 이는 단순한 디지털 영수증이 아니라 소유권 이력을 추적하는 시스템입니다. 구매자는 모바일 앱으로 NFT를 받고, 시계를 판매할 때 NFT도 함께 양도합니다.
다음 구매자는 블록체인에서 소유권 이력을 확인해서 이 시계가 진품이고 정당한 경로로 거래된 것임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위조품이 NFT를 복제하더라도 블록체인 이력이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품 시장을 보호하면서 중고 시장도 활성화하는 효과를 냅니다.
커뮤니티 거버넌스는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를 재정의합니다. 한 패션 브랜드는 시즌 컬렉션 테마를 토큰 보유자 투표로 결정하는 실험을 했는데, WaaS를 통해 구축한 투표 시스템은 토큰 보유량에 비례한 투표권을 부여하고, 투표 결과가 스마트 컨트랙트로 자동 집행되었습니다.
커뮤니티가 직접 참여해서 만든 컬렉션은 더 높은 관심과 판매율을 기록했고, 토큰 보유자들은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브랜드의 공동 창작자가 되는 경험을 얻었습니다. 이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새로운 방식입니다.
4.5 구현 시 고려사항
WaaS를 도입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과의 적합성입니다. 토큰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아니면 그냥 유행에 편승하는 것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이는 블록체인의 핵심 특성인 투명성과 불변성이 비즈니스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검토하는 과정입니다.
사용자들이 진정한 소유권을 원하는지, 토큰 이코노미가 지속가능한지, 2차 시장이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따져봐야 하는데, 이런 검토 없이 단순히 마케팅 목적으로 NFT를 발행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많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확정되면 사용자 경험 설계가 성공을 좌우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게 숨길수록 좋은데, 이는 지갑 생성, 개인키 관리, 가스비, 트랜잭션 대기 시간 같은 복잡성을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게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WaaS가 기술적 복잡성을 추상화해주지만, 여전히 UI/UX 설계는 중요하고, 사용자가 토큰을 받았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려주고, 블록체인의 장점을 실제 가치로 체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한 게임이 NFT 아이템을 도입했지만 사용자들이 왜 그게 특별한지 이해하지 못해 실패한 경우처럼, 기술적 구현만큼 가치 전달도 중요합니다.
사용자 경험과 함께 규제 준수를 병행해야 하는데, 이는 발행하려는 토큰이 어떤 유형인지, 어떤 규제를 받는지 법률 자문을 받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증권형 토큰이면 증권 신고나 등록이 필요하고, 아케이드 토큰이라도 자금세탁방지 규정은 준수해야 하며, 한국에서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와 실명 확인 계좌 확보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WaaS 제공자가 규제 준수 기능을 제공하더라도 최종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어서, 규제를 잘못 이해하거나 무시하면 사업 자체가 중단될 수 있고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비용 구조를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해야 하는데, WaaS 서비스 자체의 구독료나 거래당 수수료, 블록체인 가스비, 스마트 컨트랙트 배포 비용, 보안 감사 비용이 누적됩니다. 사용자 규모가 커지면 가스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어서 레이어2 솔루션이나 가스 최적화 전략이 필수인데, 초기에는 회사가 가스비를 대신 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사용자와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한 게임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가스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체인을 옮겨야 했던 사례는, 비용 계획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5. 규제 환경과 전망
토큰의 유형에 따라 규제 취급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은 앞서 살펴본 a16z 크립토의 분류에서 이미 드러났습니다. 증권형 토큰은 명확히 증권법을 따라야 하고, 네트워크 토큰은 충분히 탈중앙화되면 증권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아케이드 토큰은 투기를 억제하도록 설계되어 일반적으로 규제 대상이 아닙니다.
한국의 경우 가상자산 사업자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신고 의무가 있고,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은행들이 이 계정 발급을 꺼리면서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미국 SEC는 많은 토큰을 증권으로 보려 하고, 유럽은 MiCA 규제로 포괄적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있으며, 각국의 규제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글로벌 서비스는 법률 자문과 컴플라이언스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WaaS는 이런 복잡한 규제 환경에서 토큰 인프라의 전략적 중요성을 더욱 높입니다. 기업이 직접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규제까지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WaaS 제공자들은 이미 여러 관할권에서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진입장벽을 낮춰줍니다.
어카운트 추상화 기술의 대중화는 사용자 경험을 웹2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고, RWA(실물자산) 토큰화가 확대되면서 부동산, 채권, 원자재 같은 전통 자산이 블록체인으로 이동할 것이며, AI와 토큰 경제의 결합은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산업은 이미 WaaS를 통해 팬 경험과 플레이어 소유권을 재정의하고 있고, 전통 기업들도 로열티 프로그램과 정품 인증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서 WaaS는 Web3 대중화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토큰 이코노미는 더 이상 암호화폐 애호가들만의 실험이 아니라,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표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WaaS가 기술적 복잡성을 추상화하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면서, 일반 기업들도 블록체인 전문 지식 없이 토큰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도 클레이튼 기반의 클립과 카이카스가 카카오 생태계와 결합하면서 대중화의 발판을 마련했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강점을 살려 K-pop과 VTuber 분야에서 팬 토큰과 수집형 NFT가 활발하게 실험되고 있습니다. 규제 불확실성은 여전히 과제이지만, 토큰 유형별로 적절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정립되고 WaaS가 컴플라이언스 기능을 강화하면서, 토큰은 디지털 소유권과 경제 활동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